목계이름작업공간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조선명리 뿌리의 5대장인

150년 전통의 이름, 장인의 혼으로 이어갑니다.

분단 현정 신수훈선생님을 뵙고

목계 동양학 박사 2026-07-20 조회수 126

수명을 넘어선 지혜, 분당에서 마주한 거목(巨木)의 숨결


지난 토요일, 공주대학교 앞의 한 커피숍은 학구적인 열기로 가득했다. 


동양문화사상연구회 행사를 마친 후, 동료인 안희성 박사와 마주 앉아 묵직한 담론을 나누던 중이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뜻밖의 전화 한 통이었다. 역학계의 거목, 분당의 현정(玄正) 신수훈 선생님께서 안 박사에게 보고 싶다는 안부 전화를 주신 것이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음 날인 일요일 곧장 분당으로 향했다. 6~7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넘어 스승을 찾아가는 길, 설렘과 동시에 노거수의 건강이 염려되는 마음이 교차했다.

도착한 사무실에서 마주한 선생님은 쇠락해 있었다. 네 번의 암 수술과 이어지는 신장 투석. 목소리에는 예전의 기운이 온전히 서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희미한 음성 속에서도 역학을 향한 집념만은 형형했다.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주말에는 강의도 하고, 간혹 상담도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육신의 고통을 정신의 경지로 극복해낸 노학자의 고결한 투혼이었다.


그날 나는 선생님께 나의 명줄에 대해 여쭈었다. 선생님은 담담히 내 사주를 풀어내셨고, 그 풀이는 내가 평소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유한한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놀라움보다는 오히려 묵직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자신의 수명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삶의 모든 탐욕과 부질없는 욕심을 거두어내게 하는 열쇠가 된다.

 선생님 또한 자신의 수명을 이미 넘긴 후의 삶을 ‘보너스 인생’이라 칭하며, 덧없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 초연함을 보이셨다.


선생님은 과거 역학계를 이끌었던 원로들에 대한 회고와 함께, 통변과 술수의 정수를 담은 핵심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자강(自江) 이석영 선생님의 경지를 넘어, 도계(陶溪) 박재완 선생님과 박도사의 풍모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 깊은 식견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내가 『진여비결』 100독을 목표로 정진 중이라 말씀드리자, 선생님은 뜻밖의 가르침을 주셨다. "공부가 무르익은 자에게 3독은 100독과 다르지 않다.

" 총 5권의 방대한 저서를 매일 2~3시간씩 정독하여 한 번 읽는 데만 6개월이 걸리는 고단한 인내의 길. 그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임을 선생님은 꿰뚫고 계셨다.


오후 4시 30분, 사무실을 나설 때 내 마음에는 묵직한 숙제가 하나 더해졌다.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그 담화는 내게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목이 병마를 딛고 내어준,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삶의 지혜였다.


역학의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은 결국 자신의 끝을 마주하고도 의연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분당에서 돌아오는 길, 홍성의 하늘은 유독 맑고 높았다.

 나의 길, '목계이름작업공간'이 지향해야 할 학자적 소명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상담신청 오시는 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