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통의 이름, 장인의 혼으로 이어갑니다.

노벨 평화상은 인류의 화합과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 꼽힙니다.
우리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유일한 지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성명학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24년 전남 신안군 하의면에서 태어났습니다.
모친 장금수 여사가 호랑이 태몽을 꾼 뒤 얻은 귀한 자식이었기에, 집안에서는 큰 인물을 염원하며 '큰 대(大)'에 '버금 중(仲)'자를 써서 '대중(大仲)'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는 '큰 인물에 버금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당시 부모님의 남다른 기대가 투영된 작명이었습니다.
그는 청년 시절부터 정치의 가시밭길을 걸었습니다. 험난한 야당 생활과 선거에서의 연이은 낙선은 그에게 깊은 고뇌를 안겨주었습니다.
이때 지인들로부터 '버금 중(仲)'이라는 글자가 주는 의미, 즉 '일등이 아닌 일등에 버금가는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해석을 듣게 됩니다.
변화를 갈망하던 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이름을 '대중(大中)'으로 개명하였습니다. '가운데 중(中)'자는 중심을 잡고 세상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개명 후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새로운 정치적 도약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름이 가진 기운과 자신의 의지가 합쳐져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개명 후 그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군사 정권 하에서 수많은 탄압과 투옥, 가택연금,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시련 속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1997년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난제를 국민과 함께 극복하였고, 2000년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그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름은 단순히 부르는 기호가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의지를 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버금(仲)'에서 '중심(中)'으로 나아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처럼, 우리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이름을 품고 어떤 중심을 세울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이름값을 다하며 시대를 밝힌 지도자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의 봄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원영재(성명학자/동양학박사)
현) 공주대학교 동양문화사상 연구회 부회장
현) 공주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성명학 연구》, 《이름으로 성공한다》등